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머릿속으로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지 않으시나요?
오늘은 여러분의 마음에 잠시 여유를 선물해드릴 귀주(贵州)의 보석 같은 지역,
검동남(黔东南) 자치주의 숨겨진 맛집과 전통 음식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피어난 다양한 소수민족의 문화와
그 속에서 정성껏 만들어진 음식들은
입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줍니다.
월요일 아침, 따뜻한 한 그릇의 국수 혹은 향긋한 민족 전통 요리 한 점—
지금 이 순간, 우리 함께 귀주의 검동남으로 떠나볼까요?

새콤한 국물 속 깊은 풍미,
카이리 쏸탕위(凯里酸汤鱼)
“귀주에 가면 꼭 먹어야 할 단 한 가지 요리”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카이리 쏸탕위(凯里酸汤鱼)를 꼽습니다.
귀주성 검동남(黔东南) 먀오족·둥족 자치주의 중심지인 카이리시(凯里市)를 대표하는 이 음식은,
현지인의 일상 식탁은 물론, 귀주 특색을 가장 잘 담아낸 향토 요리로 꼽힙니다.
민족의 국물, 발효의 깊은 맛
‘쏸탕(酸汤)’은 문자 그대로 ‘신 국물’이라는 뜻입니다.
카이리 쏸탕위의 핵심은 바로 이 자연 발효된 신 국물로,
쌀뜨물이나 삶은 찹쌀 국물에 토마토·고추·생강·마늘을 넣고 발효시켜 만들어냅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각 가정에서 직접 쏸탕을 담그는 전통도 이어지고 있어, 집집마다 맛이 다른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최상의 국물은 약 3~5일간 발효시킨 것으로,
산뜻하면서도 톡 쏘는 신맛이 입맛을 확 돋워주며,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가 어우러져 풍미를 더합니다.
그 중에서도 목강자(木姜子)라는 귀주 특유의 산야초는
맵지 않으면서도 혀끝을 자극하는 독특한 향을 더해주어,
국물의 중심을 잡아주는 핵심 재료 중 하나입니다.
주재료 생선, 신선함이 생명
쏸탕위에 사용되는 생선은 주로:
다오화리(稻花鲤): 논에서 기른 향기로운 잉어로, 지방이 적고 단단한 식감이 특징
메기(鲶鱼): 부드럽고 담백하며 쏸탕 국물과 잘 어울림
풀잉어(草鱼): 고소하고 두툼한 살이 매력적이며 식당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어종
이 생선들은 주문 즉시 손질되어 국물에 바로 넣어 끓이는 방식으로 조리되며,
살은 부드럽고 탱탱하며, 쏸탕의 신맛과 생선 본연의 감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일반적으로는 생선만 끓여내는 방식이 많지만,
현지에서는 여기에 두부, 콩나물, 야채, 묵은지, 감자 등을 함께 넣어
전골처럼 푸짐한 한 끼 요리로 즐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리 방법과 먹는 팁
전통 방식에 따르면, 쏸탕위는:
발효한 쏸탕을 솥에 붓고 끓인다.
향신료(마늘, 생강, 절인 고추, 목강자 등)를 넣어 향을 더한다.
손질한 생선을 넣고 약불에서 끓여 육즙이 우러나게 한다.
마지막에 고수, 쪽파 등을 얹어 향을 완성한다.
현지인들은 쏸탕위를 먹을 때 소면(米粉)이나 밥을 곁들여 먹습니다.
특히 생선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방법은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방식이며,
산뜻한 국물 덕분에 느끼하지 않고 속도 편안한 점심 혹은 저녁식사로 안성맞춤입니다.
카이리의 맛을 담은 한 그릇
카이리 쏸탕위는 단순히 맛있는 생선 요리를 넘어,
묘족과 둥족의 발효 음식 문화, 지역 농업, 천연 재료의 활용이 모두 집약된 요리입니다.
또한 중국 전역의 쏸탕 요리 중에서도 가장 정통성과 풍미를 지닌 요리로 평가받으며,
현재는 중국 내 유명 음식 프로그램은 물론, 해외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의 풀 향을 담은 백초탕,
뉴비에(牛瘪)
귀주의 미식 여행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요리가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 ‘뉴비에(牛瘪)’를 꼽는 사람들은 아마도 진짜 현지의 깊은 맛을 아는 이들일 것입니다.
‘백초탕(百草汤)’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뉴비에는,
귀주 검동남(黔东南) 묘족·둥족 자치주의 대표적인 토속 음식으로,
**‘진귀한 손님을 위한 최고의 대접 음식’**으로 여겨집니다.
‘소의 소화액’으로 끓이는 깊고 강한 전통
뉴비에는 그 조리법 자체가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독특합니다.
도축한 소의 위와 소장 안에 남아 있는 반쯤 소화된 풀과 액체를 꺼내
그중 쌉싸름하고 구수한 즙만을 모아냅니다.
이때 소의 쓸개즙(苦胆汁)도 함께 넣어 쓴맛과 효소 풍미를 더하며,
여기에 마늘, 생강, 고추, 허브류 등 향신 재료를 넣고 오랜 시간 약불로 은근히 끓여내는 방식입니다.
끓는 동안 생기는 거품은 지속적으로 걷어내고,
충분히 우러난 후 체에 걸러내면 비로소 뉴비에 백초탕이 완성됩니다.
‘백초탕’이라는 이름은, 소가 먹는 수십 가지 풀의 향이 국물에 스며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그만큼 이 음식은 자연과 동물, 전통이 어우러진 귀주만의 독특한 발효 요리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맛일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뉴비에는 다소 낯설고 도전적인 음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쌉싸름하면서도 구수하고 진한 국물 맛에
은근한 중독성이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쓴맛: 쓸개즙에서 비롯되며 강하지만 깊이 있는 맛
풀향: 소화되지 않은 채 남은 초목 성분에서 나오는 자연적인 향
감칠맛: 장시간 우려낸 국물 덕분에 고기와 어우러져 깊은 풍미 형성
보통은 소고기나 양고기를 넣고 뉴비에 국물로 전골처럼 끓여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그 국물에 밥을 말아 먹거나 면을 넣어 먹는 방법도 지역에서는 매우 인기 있습니다.
문화적 의미와 현대적 계승
뉴비에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음식입니다.
둥족과 먀오족 마을에서는 잔칫날, 제사, 손님 접대 등 특별한 날에 반드시 등장하는 음식으로,
‘뉴비에를 대접한다’는 것은 최고의 환영과 정성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일부 식당에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향신료와 숙성도를 조절하여
뉴비에의 진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접근성을 높인 ‘뉴비에 화훼 전골’ 등의 메뉴로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밥상 위의 필수품,
종강 샤오티엔위(从江烧田鱼)
귀주의 깊은 산골,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마을—종강현(从江县).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맛보아야 할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둥족(侗族)의 삶과 문화를 그대로 담아낸 구운 생선 요리,
샤오티엔위(烧田鱼)입니다.
단순한 생선구이가 아닙니다.
이 요리는 논에서 직접 길러낸 생선과 불맛, 그리고 민족의 식문화가 어우러진
종강만의 전통 향토 음식입니다.
“생선이 없는 식사는 식사가 아니다”
둥족과 묘족 사람들에게 생선은 단순한 반찬이 아닌 필수 식재료입니다.
현지 속담에는 이렇게 전해집니다.
“곡식이 만 섬이나 쌓여 있어도, 구운 생선이 없으면 밥을 먹을 수 없다.”
그만큼 구운 생선은 일상과 의례,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핵심 요리이며,
특히 신선한 논 생선을 불에 직접 구워내는 방식은 종강 지역만의 전통 조리법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논에서 자란 생선, 불에 구운 고소함
‘샤오티엔위’에서 ‘톈위(田鱼)’는 논(田)에서 기른 생선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생선들은 보통 벼와 함께 키워지는 친환경 방식으로 기르며,
유기농 논 생태계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잡내가 없고 육질이 단단합니다.
조리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잡은 생선을 손질한 후, 천일염과 마늘, 생강, 고추 등으로 밑간
장작불 혹은 숯불 위에서 천천히 양면을 굽되, 껍질이 바삭하게 익도록 조리
구운 후에는 허브 소금 또는 산초 기름에 찍어 먹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둥족 마을에서는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 장작불에 구워내는 방식을 고수하는데,
이 방식은 생선 내부의 수분은 지키면서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익혀줍니다.
전통과 공동체가 담긴 한 접시
샤오티엔위는 단순한 요리가 아닙니다.
벼농사와 생태양식, 그리고 마을 공동체의 협동 문화가 녹아 있습니다.
종강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논을 관리하고,
그 논에서 생선과 벼를 동시에 수확하는 방식이 이어져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잡은 생선을 모아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구워 먹는 것은
둥족 공동체의 화합과 풍요를 상징하는 전통이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마을에서는 결혼식이나 명절, 손님 접대 때 필수로 이 요리를 준비하며,
그 자체로 환영과 존중의 의미를 담은 음식으로 여겨집니다.